“나이가 들면 얼굴도, 생각도 변하듯이 제 목소리도 서서히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아요.”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양파(39, 본명 이은진)는 6년만에 신곡 디지털 싱글 ‘끌림’을 내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일 발표한 ‘끌림’은 기존 양파표 알앤비와 달리 스타일리시한 재즈풍의 브리티시 발라드다. 양파는 ‘끌림’에서 목소리에 힘을 뺀 여유있는 창법으로 곡을 리드한다. 그간 기승전결이 뚜렷한 한국형 발라드를 주로 불렀던 창법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
“고민이 많았죠. 양파스타일 노래를 부르면 팬들이 친근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재미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끌림’이라는 곡을 만났고 곡에 맞춰 보컬을 변화시켰죠. ‘빅발라드’ 위주의 양파 창법으로 불렀다면 이 곡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았을 거예요. 대중은 그때 그 목소리를 바라지만 가수도 사람인지라 과거와 같을 수는 없거든요.”
세련된 곡만큼이나 노랫말도 인상적이다. 그리웠던 사람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설렘이 노랫말에 녹아들었다. 양파는 “일상에 찌들어 ‘설렘’이라는 감정을 잊고 살던 현대인이 헤어진 연인에게 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은 뒤 다시금 ‘설렘’을 깨닫는 내용”이라며 “그게 요즘 사람들의 사랑의 모양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97년 ‘애송이의 사랑’으로 가요계를 강타한 여고생 가수가 어느덧 불혹을 코앞에 둔 중견가수로 성장했다. 올해가 데뷔 20주년이다. 중경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공부 잘하는 여고생 가수로도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수학능력시험 2교시 수리영역을 치르던 중 장 유착 증세를 보여 끝내 시험을 포기했고 1999년 3집을 낸 후 미국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양파는 당시를 떠올리며 “당시만 해도 불운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게 꿈이긴 했지만 국내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후회 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불행은 그 이후에 찾아왔다. 1학기를 마치고 2001년 4집을 발표한 뒤 소속사 문제로 본의 아니게 6년 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2007년 다시 5집을 발표했지만 또다시 회사가 공중분해되는 아픔을 겪었다. 양파는 “20대 때 공백을 경험해보니 이제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면역이 생긴 상태”라며 “20년 동안 음악에 집중하지 못해 개인적으로 부끄러울 뿐”이라고 했다.
또 “10대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열심히 산 시기라면 20대는 끝없는 방황이었다. 30대 중반부터 내 그릇의 크기를 인정할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작곡가 김도훈씨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 RBW에 몸담으며 안정을 찾은 상태다.
긴 공백기를 겪었지만 양파는 여전히 현재형 가수다. 그는 ‘응답하라 1997’ 같은 인기 드라마에서 자신을 언급하는 게 ‘추억 속의 가수’로 머무르는 것 같아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했다. 양파는 “20대 때 괴롭다고 엄청 놀았기 때문에 40대에는 한달 간격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싶다”며 “과거에만 머물러 있던 히트곡들을 현재로 당기고 싶다”고 했다. 이미 2018년 1월부터 나얼, 윤종신 등이 참여하는 신곡이 대기 중이다.
2018년 불혹을 맞지만 결혼계획은 아직이다. 양파는 “빨리 하고 싶지만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다들 내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여러 경험을 하는 것도 축복이라 생각하며 남들보다 긴 싱글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