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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평생 노래하면서 늙어가거나 한 직업을 고집하진 못할 줄 알았는데, 오랫동안 고생해도 포기하지 않고 '가수'라는 건 쥐고 있는 것 같아요."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 38)는 새 싱글 '끌림'을 발표했다. 그동안 선보였던 창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연인의 담담한 재회를 표현했다.
3년 만에 신곡을 낸 양파는 데뷔 20년이 흐른 뒤에도 변함없이 노래하고 있다.

"노래가 정말 좋으면 사람들은 언제든 그 노래를 찾아 들어요. '끌림' 이후로 1년 동안 집중해서 작업하려고요.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저는 사실 유명해지고 싶진 않았어요. 제 얼굴을 모르더라도 제 음악은 좋아해주길 바라는 가장 어려운 꿈을 꾸는 사람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처음 무대에 오른 후 소속사와의 분쟁을 겪기도 했던 양파는 활동 기간에 비해 앨범 수는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데뷔 때부터 음악방송 1위를 휩쓸었던 그의 보컬은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뽕끼가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애상과 비탄이 담긴 음색 때문이었다.

"활동하면서 처음 친해진 뮤지션인 이적이 '너는 심수봉 계보다. 뽕끼가 큰돈을 벌게 해줄 거다'고 말한 적이 있죠(웃음). 어릴 때는 '뽕끼'라는 단어에 질겁했는데, 10년이 지난 뒤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더라고요."

3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양파는 또래의 삶에 대한 노래도 작업할 예정이다. 여고 동창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푸는 노래다. 옥주현(37)과 작업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여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제 나이 때에 저처럼 시집가지 않은 분들이 많은데, 그들의 걱정과 사연은 거의 비슷해요. 엄마가 됐지만, 자기 일이 없어서 씁쓸한 친구들과 함께 '잘 살아왔고 부끄럽지 말자'라는 내용의 노래를 하고 싶어요. 옥주현은 섭외됐죠(웃음)."

양파는 1996년 데뷔한 이후 발라드를 통해 사랑받았다. 팬들과 공감하면서 세월을 보내온 양파의 노래는 누군가의 추억을 장식했다.

그는 "나는 온실 속 화초처럼 편하게 살았다. 지금은 서로를 토닥이면서 가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팬은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노래할 예정이다.

"지금은 기회조차 없는 시절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저조차 그 안에 있는 것 같아요. 추운 데 매번 방송국 밖에서 기다리고, 지방까지 왔던 팬클럽 분들이 이제는 결혼했죠. '양파'라는 공통점으로 모였는데, 신기하고 미안하기도 해요. 제 음악을 많이 못 들려드려 죄송해요. 더 열심히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in999@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