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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 38)는 1996년 타이틀곡 '애송이의 사랑'이 수록된 첫 정규 앨범 '양파'로 데뷔했다. 듣는 이들의 마음을 잡아끄는 음색을 자랑하던 그는 소속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20년 동안 무대에 올랐다.
지난 8일에는 3년 만의 신곡 '끌림'을 발표했다.

"그동안 음반 시장의 동향이 변했고, 저에게도 음악 스타일의 격변기였어요. '끌림'은 노래의 틀 안에서 가장 어울리는 가사를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창법을 의도적으로 바꾼 곡이에요. 한 가수가 한 목소리를 우직하게 유지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곡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가 되는 것이 재밌더라고요."

'끌림'은 다시 만난 연인들의 떨림을 담은 노래다. 베이스와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모던 발라드로, 히트곡 작곡가 김도훈이 작업했고, 양파가 작사했다. 양파가 처음 시도한 창법이 특징이다. 뮤직비디오는 양파와 남자 주인공이 서로를 잊고 지내다가 마지막에 만난다는 이야기다.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뮤직비디오죠.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는데도 감각이 좋은 친구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어요. CD 안의 크레디트를 확인하고, 노래의 감성을 전달받는 듯한 예스러운 느낌의 작업을 하고 싶었죠."

'끌림'은 아직도 상대에게 끌리는 감정을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30대 중반이 된 양파의 시선이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이제는 10대들의 고민과 생각에서는 멀어진 듯해요. 제 또래는 시집을 가거나 가장이 되거나 솔로로 자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서로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에서 착안했죠. 요즘에는 감정이 드라이해진 것 같아요."

신곡은 싱글로 치면 3년, 정규 앨범으로는 10년 만이다. 소속사 전속계약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공백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둥지를 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나는 가수다3'에 출연했다가 홀로 활동하는 게 힘들어 음악 동료이자 친한 오빠인 김도훈 대표님이 있는 회사로 들어왔죠." 창작 활동을 가로막는 여건에도 쉼 없이 노래한 양파는 이제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애송이의 사랑' '사랑..그게 뭔데' '아디오' '알고 싶어요' 등 히트곡을 낸 양파는 '데뷔 20주년'이라는 표현에는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활동 기간은 중견 가수 못지않지만, 음악적인 결과물을 그만큼 내놓지 못해서였다. "데뷔 이후로 크게 변한 건 없어요. 여러 문제로 열심히 활동하지 못했고, 성장도 더뎠던 것 같아서 부끄러워요. 데뷔 20주년을 맞아서 정규앨범을 내고도 싶었지만, 노래를 듣는 분위기가 달라져서 싱글을 연달아 낼 예정입니다."

나얼(유나얼, 39) 윤종신(48)과 작업한 싱글 발매를 앞둔 양파는 앞으로도 다양한 가수들과 호흡을 맞추길 바랐다. "검정치마는 말랑말랑한 록만 했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더라고요. 멜로망스와 공연을 하려고 했다가 너무 떠버려서 스케줄 잡기가 어려워졌죠(웃음). 몽골에 선교여행을 함께했던 하림과도 여러 얘기를 하고 있어요."

양파가 데뷔했던 당시는 아이돌 가수의 태동을 알리던 시기였다. H.O.T 젝스키스 핑클 S.E.S 신화 등이 데뷔했다.

"거의 다 동년배들이죠. 시간이 흐른 뒤에도 뭉쳐서 활동하고, 결혼해 사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더라고요." 양파는 아직도 활동 중인 동료 가수들을 보며 노래하는 힘을 얻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마이크를 잡는 순간이 많았던 양파는 인터뷰 내내 되도록 솔직한 자신의 생각들을 전하려고 애썼다. 궁금한 것을 오히려 묻기도 했고, 신곡과 뮤직비디오에 대한 감상도 궁금해했다. 고상할 것만 같은 양파는 사실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가수였다.

"외부적으로는 여성스러운 모습만 노출된 것 같아요. 지나온 한 해 한 해가 저에게 변화와 깨달음을 주기도 했죠. 20대 때는 새롭고 멋진 음악을 통해 개척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의도하지 않은 멋이 좋더라고요."

in999@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