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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디가드'로 뮤지컬에 데뷔한 양파는 도전이 고되지만, 뮤지컬의 맛에 푹 빠졌다. 제공|CJ E&M

[스포티비스타=유은영 기자] "처음 뮤지컬 제안을 받은 것은 2003년이었어요. '지킬 앤 하이드' 루시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지만, 못할 것 같다고 거절했어요. 연기도 못하고, 춤도 못 췄거든요."

뮤지컬을 13년이나 외면했던 양파가 뮤지컬 '보디가드'로 무대에 섰다. 그것도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120분을 이끌어가는 주인공 레이첼 마론 역을 맡으면서다. 가수 양파가 아닌, 뮤지컬 배우 이은진으로서 첫 도전이 고되고 혹독하지만 진정으로 '뮤지컬의 맛'을 알게 해준 작품이어서 더욱 고마운 감정을 내비쳤다.

'보디가드'는 1992년 개봉한 영화 '보디가드'를 뮤지컬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톱 가수 레이첼 마론과 그를 스토커로부터 지키기 위해 고용된 보디가드 프랭크 파머의 사랑을 다뤘다. 영화에는 휘트니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가 출연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양파가 뮤지컬 '보디가드'를 선택한 이유는 휘트니 휴스턴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지킬 앤 하이드' 뮤지컬 제안을 받은 이후로도 종종 뮤지컬에 출연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거절했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파는 이번에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휘트니 휴스턴은 저에게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안겨준 사람이에요. 그가 출연한 '보디가드'를 보고, O.S.T를 들으며 자랐어요. 제 우상이었죠.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로 가수 오디션을 볼 정도였으니까요."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르겠다는 일념 하나로 뮤지컬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노래를 부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가사를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또 자신 있게 부를 수 있었지만 연기와 춤이 난관이었다. 양파는 "누가 지금까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야단치는 일은 특별히 많지 않았다"며 "처음으로 '넌 못하니까 이 부분 연습은 빠져라'고 하는 말을 듣게 됐다. 루저의 기분을 느끼면서 우울하게 연습했다. 도망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양파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가 맡은 레이첼 마론 역에 최대한 몰입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연습도 계속했다. 마르고 작아서 춤을 춰도 굴곡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행해 몸무게를 5kg 찌우기도 했다. 그의 표현 그대로 '마르고 닳도록' 연습했다고. 양파는 "최종 리허설 때, 머릿속은 하얗게 됐는데 몸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더라"며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 뮤지컬 '보디가드'는 양파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무대 위에서의 기쁨은 물론 많은 깨달음을 준 작품이다. 제공|CJ E&M
뮤지컬 '보디가드' 도전은 그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지난 22일 스포티비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 모두 3회 공연을 치러낸 그는 "피날레 때 무대 인사를 하는데, 관객 모두가 일어나 계시더라. 뭉클해졌고,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양파는 연기의 재미도 알게 됐다. 그는 "같은 문장이지만 연기로 옮기면 다 다른 색깔을 가진다"며 "나만의 색깔이 들어간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디가드' 이후에도 뮤지컬 제안이 온다면 "아마 또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만큼 '보디가드'는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줬고, 오는 2017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양파에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보디가드'를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무대를 완성하기 위해 단체 생활을 할 때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회생활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죠. 또 무대에 오르고 나서는 '무대에 서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고요. 뮤지컬을 일찍 했으면 저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이걸 13년 전에 했으면 되게 많은 걸 배우지 않았을까요?"

유은영 기자 yoo@spotv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