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보컬리스트 양파(본명 이은진 / 37)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보디가드’(내년 3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주연을 꿰차며 화려한 뮤지컬 데뷔를 알렸다. 양파(1997년 1집 앨범 '애송이의 사랑' 데뷔)는 그간 발라드 가수로서 보여주지 않았던 댄스, 연기까지 도전해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12월 15일 개막한 이 작품에서 양파는 영화 속 휘트니 휴스턴이 맡았던 슈퍼스타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았다. 스토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는 그녀 앞에 최고의 보디가드인 프랭크(박성웅, 이종혁)가 등장, 촘촘하게 얽히는 사랑을 풍성한 음악들과 함께 담았다. 새로운 도전에 걱정 반 설렘 반을 안고있는 양파를 최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Q. 첫 공연을 마친 소감은.
A. 첫 무대 때는 어리버리 하기만 했다. 그냥 주어진대로 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이 끝나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회차가 지날 때마다 조금씩 발전하는 걸 느끼고 있다.
Q. 노래 뿐 아니라 춤, 연기까지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준비과정은 어땠나?
A. 매번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 노래하는 것이니까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군대 같은 단체 생활을 요하는 고된 작업인 줄 상상도 못했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웨이트 운동을 매일하고 살도 5kg이나 찌웠다. 춤은 아이돌들이 소화하기에도 난이도가 상당해 두세 달 동안은 밤늦게까지 안무선생님과 나머지 공부를 했다. 연기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배역을 맡은 레이첼과 내 성격 자체가 너무 달랐다. 레이첼 같이 센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야들야들한 내 성격 자체를 좀 더 강한 여성상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Q. 애절한 발라드 가수의 이미지가 대중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뮤지컬에서는 파워풀한 디바의 모습으로 음악적 변신이 느껴지는데?
A. 양파라는 가수로 노래를 할 때는 나만의 매뉴얼이 있었는데, 뮤지컬을 하면서는 그런 것들을 많이 내려놨다.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파워 보컬로 바꾸려하기보다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부를 때는 두껍고 저음이 풍성한 소리들을 좀 더 썼다.
Q.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A. 사실 다른 것들을 다 제쳐두고, 우상인 휘트니 휴스턴으로 변신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컸다. 데뷔 하기 전,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를 꿈꿨던 중학생 시절 '이은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단지 내가 휘트니 휴스턴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도전을 결심했다.
Q. 뮤지컬 배우로서 서는 무대와 가수로서 오르는 무대도 차이가 상당할 것 같다.
A. 맞다. 뮤지컬은 단체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무대고, 가요는 혼자 많은 것들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그 외에 가요 무대는 양파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지만 뮤지컬은 레이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내 개성을 많이 희석시키면서도, 레이첼의 모습을 관객들에 더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 확실히 차이가 있다.
Q. 극 중 배역인 레이첼 마론이 스토킹을 당한다. 같은 경험이 없다면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A. ‘보디가드’ 내용은 슈퍼스타가 스토커로부터 협박편지를 받는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실 예전에 ‘애송이의 사랑’할 때 나도 그런 편지들을 꽤 많이 받았다. 물론 레이첼같은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과거 기억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Q. 이종혁과 박성웅, 각각 상대역과의 호흡은 어땠나? 키스신도 있는데?
A. 아무래도 막을 내릴 때까지 거의 80%를 이종혁과 호흡을 맞춰서, 그 쪽이 더 좋을거라 생각한다. 이종혁은 유머러스한 모습이라면, 박성웅은 완전히 남자답고 정적인 느낌이라 차이가 좀 있다. 키스신은 굉장히 부담이 됐다. 내가 남자친구 아닌 사람하고 키스를 해 본 적이 없다. 근데 또 프랭크 역을 맡은 두 배우가 전부 유부남이라서 더 당황했다.(웃음) 그래도 감정에 빠져들어서 해야 하는 연기니까 최선을 다해서 몰입했다.
Q. 3명의 레이첼을 관객이 마주한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정선아, 손승연 그리고 양파 각각의 색깔과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A. 정선아는 뮤지컬 배우 경험이 많아 연기, 춤, 노래가 완벽하고 가수들하고는 다른 성악발성을 섞는다. 손승연은 에너지가 넘치고 노래가 파워풀하다. 나는 스스로 감성 담당이라고 말한다. 일단 레이첼의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물리적 요소들이 많았다. 실제 나이도 비슷하고, 휘트니 휴스턴과 동시대를 살았던 90년대 가수라서 더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뮤지컬은 완전히 처음이라 스스로 이들과 비교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위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뮤지컬 넘버가 있는지?
A. 가장 힘들었던 곡이 가장 애착이 간다. 후반부에 ‘원 모먼트 인 타임(One Moment In Time)’이라는 넘버가 있다. 그 때는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그래도 가수로서의 인생을 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곡이라, 긴 가수 인생을 돌아보게 되면서 감정이입도 덩달아 잘 된다. 그래서 가장 아낀다.
Q. 이후 뮤지컬 무대 또는 다른 연기 분야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까?
A. 일단 춤을 지금도 잘 못 추고(웃음), 연기는 꾸준히 배우고 있는 상태다. 제안이 들어오고,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도전하고 싶다. 꾸준히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게 양파라는 뮤지션으로서도 많이 성장할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수입도 생기고, 훈련도 꾸준히 할 수 있고, 무대에서 희열도 느낄 수 있으니 나한테는 일석 삼조다.
Q. 내년이 데뷔 20주년이다. 팬들이 음반이나 콘서트를 기다리고 있다.
A. 데뷔 20주년 이지만, 공백기간이 길어 거창하게 무언가를 하는 건 쑥스럽다. 일단 가을 쯤에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은 있다. 연말에 단독 콘서트도 물론 생각중이다.
Q. 아직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은 예비 관객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A. 주인공인 레이첼은 어차피 잘 보인다.(웃음) 그런데 조연이나 앙상블이 뮤지컬 무대에서 부각되지 못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실제로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니까 많이 관심을 갖고 봐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뮤지컬은 순간예술이라 관객이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리액션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사소한 리액션이라도 배우 입장에서 정말 힘이 된다.
Q. 앞으로 뮤지션 양파, 인간 이은진으로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을 것 같다.
A. 뮤지컬을 했다고 해서 직함을 하나 더 달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난 노래하는 사람이다. 좋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곁에서 노래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공백기가 길었는데, 이제는 매년 꾸준히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다. 동시에 내가 음악으로 위로받았던 것처럼 사람들도 내 노래로 위로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양파/ CJ E&M 제공)
뉴스엔 객원 에디터 권용범 yongko9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