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양파(사진) 한스밴드 이승철 배용준 권상우 송승헌 이정재 최지우 송강호 전도연..
요즘 가요,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스타들이다. 유명세만큼이나 화제성도 폭발적이다.
양파는 6년만에 복귀해 온오프 가요차트를 석권했고, 최근 라이브 무대를 가진 이승철은 "역시 라이브의 황제는 이승철"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초창기 '한류스타'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배용준 권상우 송승헌은 올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할 예정이고, '연기 베테랑' 송강호 전도연은 칸에서 '밀양'으로 외국 미디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물론 동전의 양면이다. 얼추 10여년 동안 이들 톱스타들이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벌이고 대중도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보내는 것은. 한편으론 이들의 가수로서 배우로서 생명력이 그만큼 튼실했다는 것이고,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이들을 넘어서는 메가톤급 신인들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것이다.
먼저 가요쪽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1997년 인기를 모았던 가수와 노래들을 떠올려보자. 진주의 '난 괜찮아', 김건모의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와 '당신만이', 박진영의 'Honey',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김장훈의 '노래만 불렀지'..
96년에는 양파의 '애송이의 사랑'과 이승철의 '오늘도 난',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김건모의 '미련'이 대박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특히나 최근 복귀한 진주와 양파의 가세로 더욱더) 10년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2007년 5월 현재 가요판 한 복판에 서있다.
'주몽' 이후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저조한 지상파 드라마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지난 19일 첫방송한 MBC 주말드라마 '에어시티'는 이정재와 최지우를 앞세웠다. 이정재와 최지우가 누구인가. 95년 초히트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고현정의 묵묵한 보디가드였고, 일본에서 더 히트한 원조 한류드라마 '겨울연가'의 청순한 여주인공 아니었나. 또한 '겨울연가'로 한류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배용준은 오는 6월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로 또한번 시청자와 만난다.
영화쪽 역시 '꿩 잡는 게 매'인 현실이다. 1~2년 사이 이준기 류덕환 유아인 하정우 등 괜찮은 신인을 얻은 영화판이지만, 역시 관객을 이끌고 가는 건 오랜 경력의 연기파 배우들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선 지난 1997년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전도연이 소름끼칠 정도로 혼신의 연기를 다했고, 올해 200만 관객을 동원한 '그놈 목소리'에선 설경구 김남주 두 자타공인 톱스타가 열연했다. 6월6일 개봉하는 장윤현 감독의 '황진이'의 주인공은 역시나 그 지명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송혜교와 유지태다.
왜 연예계는 이처럼 시간이 멈춘 걸까. 우선 영화쪽은 소위 '관객동원력'과 연관된 투자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연기 잘하는 신인, 중참 연기자라고 해도 송강호 설경구 최민식 전도연 김혜수가 출연할 때보다 투자받기가 훨씬 어려운 게 사실이다. 요즘 들어 몇몇 영화들의 참패로 스타들의 관객동원력에 회의가 들고 있지만, 여전히 덩치 큰 영화들은 덩치 큰 스타들의 우선 캐스팅이 불변의 법칙이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좋은 놈, 이상한 놈, 나쁜 놈'에 이병헌 송강호 정우성이 캐스팅된 것도, 이로 인해 눈덩이처럼 영화의 화제성이 커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방송은 이제는 대세가 된 외주제작 현실 때문이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가 드라마 제작까지 할 수 있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들은 이제 방송 스테이션의 이미지가 더 크다. 이는 결국 올리브나인('주몽'), HB엔터테인먼트('꽃찾으러 왔단다') 같은 외주제작사의 다수경쟁체제를 이끌었고, 이는 다시 제작비 협찬-시청률 경쟁-투자 유치 등의 이유로 '누구나 알고 있는 톱스타'의 캐스팅을 낳았다. 더욱이 최근 한국영화의 심각한 부진도 톱스타들의 방송 유턴에 크게 한몫했다.
가요도 '메가톤급 신인'의 부재를 절감하는 분야다. 아이비 에픽하이 SG워너비 등 비교적 짧은 연차(?)의 가수들이 맹활약하곤 있지만 이들만으로는 특히나 30~40대 팬들의 가요 수요를 채울 수가 없다. 또한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왔지만 여전히 H.O.T나 SES에는 미치지 못하고, 또한 수많은 비주얼 가수가 쏟아졌지만 그야말로 이벤트성, 일회성 활동에 그쳤다. 이에 비해 자타가 공인하는 대로 노래 잘하는 양파는 복귀 첫주에 그 파괴력을 다시 입증했고, 라이브 무대의 선두주자 인순이 이승철은 여전히 초절정의 티켓파워를 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