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6년 기다려준 팬들의 사랑에 눈물
10년 전 여자 솔로 가수로는 드물게 100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전국에 ‘애송이의 사랑’ 열풍을 일으킨 양파. 그런 만큼 그의 팬의 규모나 열기는 지금의 ‘비’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4집 활동 후 소속사와의 분쟁이 시작되면서 양파는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양파의 팬들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양파의 컴백을 간절히 바라며 묵묵히 옆을 지켰다. 그 사이 중·고등학생이던 양파 팬들은 어엿한 사회인이 됐고, 일부는 아이의 엄마·아빠가 됐다.
얼마 전 양파의 팬들은 그가 6년 만에 컴백 무대를 갖는다는 소식을 듣고, 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오랜만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더 대단한 것은 팬들에 대한 양파의 ‘놀라운’ 정성이었다. 짧게는 5~6년에서 길게는 1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양파는 팬들의 이름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잘 지냈냐”며 이름을 부르는 양파의 모습에 팬들은 또 한번 감동하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양파, ''6년 시련'' 이겨낸 가창력에 팬들 와!
“4장의 앨범을 지금도 차에 가지고 다니면서 들어요. ‘애송이의 사랑’은 아직도 제 노래방 십팔번인 걸요.”
가수 양파(본명 이은진·28)를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다는 한 팬의 말이다. 양파를 좋아했던 그는 어느덧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돼 있었다. 양파는 1990년대 중반 중·고등학생이던 지금의 20대들에겐 잊혀질 수 없는 존재다. 1997년 데뷔 당시 여고생 가수로 혜성처럼 나타나 어린 나이답지 않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주목을 받았던 양파. 그러나 2001년 4집 발표 후 전 소속사와의 분쟁을 겪으며 점차 사람들 기억 속에서 차츰 잊혀져 갔다.
정말 양파는 그동안 우리 기억 저 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일까? 답은 ‘천만에’다. 5집을 들고 6년 만에 돌아온 양파는, 최소한 당시 팬들의 기억 속에는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듯 보였다.
“가수를 그만 두려고 한눈 판 적도 있어요. 매일 참 많이 울기도 했고요.”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몇 마디 말에서 그간 양파가 경험했을 고통의 시간이 느껴졌다. 6년이란 긴 시간 동안 무대에 서고 싶어도 서지 못하는 가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6년여 만에 다시 새 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에 나선 양파는 이제 고통의 시간보다는 행복의 시간이 더 많아질 거라는 믿음 속에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고 했다.
“천직이 가수구나 하는 생각이요? 그건 아직은 모르겠는데, 가수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던게 아직까지 절 응원해주는 제 팬들 때문이었어요. 학생이었던 팬들이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 돼 있는데, 아직도 그분들 과거 기억에 제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무척 고마워하게 돼요.”
활동에 앞서 언론사 인터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양파는 아직 적응이 잘 안 된다고 했다. 양파는 이러한 빡빡한 일정에 힘들텐데도 “이게 다 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며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했다.
여자 솔로가수로는 경이적인 100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고를 올린 바 있는 양파가 최근 불황에 빠진 가요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는 처참히 붕괴되는 가요시장을 보면 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손에 쥔 건 음반 한 장이겠지만 그 이면엔 밤 세워 음악 작업하는 분들 있다는 걸 기억해 주셨으면 해요. 일부 사람들이 타이틀곡 이외에 무심코 흘려버리는 음악들을 길바닥에 흘린 휴지를 밟고 지나가듯 취급하는 것을 보면 너무 안타까워요. 저도 가요시장을 살리는 최선의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어요. 단지 음악하는 사람으로 정직하고 충실하게 음반을 만들어야 하겠죠.”
양파는 5집 앨범을 위해 선곡에만 거의 1년이 걸릴 만큼 정성을 기울였다. 그만큼 공백기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히트 작곡가 김도훈이 전체 프로듀싱을 맡았고, 박근태, 이승환, 황성제, 김진환, PJ 등 유명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타이틀곡 선정에도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오랜 장고 끝에 박근태 작곡의 ‘사랑…그게 뭔데’가 결국 타이틀로 결정됐다.
“‘사랑…그게 뭔데’는 남녀가 헤어지는 순간 너무 슬픈 나머지 느껴지는 격한 감정들이 쏟아져나오는 분위기를 담은 곡이에요. 예전 양파의 스타일이었으면 속으로 삭히고 그랬을 텐데 이번엔 일차원적이고 원색적인 강한 어조로 나중엔 반말까지 하죠. 처음엔 이 곡 받고 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뒤집어 생각해보니 이런 스타일의 곡이 솔직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던 걸요.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