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 음반 선보인 양파 인터뷰
1997년 젖살이 채 빠지지 않은 열여덟살의 양파(이은진·28)는 〈애송이의 사랑〉에서 또래답지 않은 가창력으로 주목받았다. 가수를 꿈꿨던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는 기획사 사장인 이모부의 제안으로 1집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천사의 시〉 〈알고 싶어요〉 〈아디오(Addio)〉 등의 히트곡을 낸 그는 단시간에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발라드 가수로 떠올랐다.
“6년 가둬둔 열정 담아 돌아왔어요”
소속사 갈등으로 공백 힘든 나날
새 음반 욕심 넘쳐 1년여 녹음
활발한 활동 않고는 못견딜 것 같아요
#양파
2007년 지금 이 소녀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 소속사 대표인 이모부와의 분쟁으로 긴 공백기간을 보낸 탓이다. 데뷔 10년차이지만 활동햇수는 고작 2년이다. 지난 6년간은 음악도, 학업(버클리 음대 2년 휴학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힘든 나날이었다.
“취하지 않으면 불행한 생각에 사로잡혀” 좋아하지도 않는 술에 의지했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눈물을 쏟았다. “얻은 게 있으니까 그런 힘든 기간을 겪어도 괜찮다고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그땐 내 삶이 이렇게 끝날 것 같은 불안감이 너무 컸어요.”
양파가 오랜만에 5집 〈더 윈도즈 오브 마이 솔〉을 내고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깔수록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예명처럼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지난 9일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라며 웃는 그의 얼굴에서 앳된 소녀 티는 찾을 수 없었다.
달라진 것은 외모만이 아니다. 발라드뿐 아니라 포크락, 블루스 펑키 …. 음악 장르뿐 아니라 창법도 성숙해졌다. 타이틀곡 〈사랑… 그게 뭔데〉에서는 절제된 애절함이 더해졌다. 자신의 음역을 뛰어넘는 가성으로도 불러보고(〈매리 미〉), 끊었다 내뱉기도 했으며(〈기억해〉), 에디트 피아프처럼 요동치는 바이브레이션(〈친절하네요〉)을 시도했다.
“대중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해 앨범 작업만 1년 넘게 걸렸어요. 쉬는 동안 묵혔던 것을 한꺼번에 다 쏟아내려니까 욕심도 커져 녹음작업도 수없이 했어요.”
“양파라는 이름은 ‘고유명사’죠”
#이은
그는 한때 양파라는 이름을 버리고, ‘이은’으로 활동을 재개하려고 했다. 그만큼 다시 새롭게 대중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현실에 대한 이질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나이가 있는데) 안녕하세요. 양파입니다”라고 말하려니 쑥스럽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양파’를 검색하면 양파 그림이나 양파의 효능, 양파즙이 먼저 떠요. 또 ‘다마네기’ 같은 조소랄까, 진지하지 않은 반응도 싫었고요.” 그렇지만 자신뿐 아니라 팬들이 가진 양파에 대한 향수나 추억까지 없애는 것 같아 그만뒀다.
이번 음반에는 10년간 그의 곁을 묵묵히 지켜준 팬들을 위한 서비스곡을 자작곡의 형식으로 살짝 끼워넣었다. “저를 기억하는 팬들은 어느덧 20~30대가 됐더라고요. 자작곡인 〈매리 미〉는 저뿐 아니라 제 또래 친구들이 꿈꾸는 결혼생활을 대변한 곡이에요.”
그동안의 활동 중단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그는 이제 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가수가 되기를 꿈꾼다. “내가 쉬었던 6년 동안 내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을까. 그게 음반으로 나와 빛을 봤다면 좀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지금부터라도 음반을 자주 내고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제가 못 참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록과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하는데, 이런 실험적인 음악도 선보이고요.”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영상 이규호 피디 recrom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