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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7
yangpaholic 2017.01.02. 17:06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레이첼역 맡은 가수 양파
  원작영화 주인공 휘트니휴스턴 어릴때부터 좋아하고 동경
  그 노래 부른다니 꿈같아요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해 올해 가수 20년차를 맞은 양파가 이은진이라는 이름으로 뮤지컬 무대에 섰다. 휘트니 휴스턴의 파워풀하고 감미로운 노래가 귀에 맴도는 영화 '보디가드'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보디가드'에서 양파는 여주인공 레이첼 역을 맡아 화려하게 변신했다. 3~4년 전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뮤지컬 제의에 가수 외길만을 고집하며 손사래를 쳐온 양파를 결국 뮤지컬 무대로 끌어들은 것은 '초심'과 '휘트니 휴스턴' 두 단어였다.
최근 파이낸셜뉴스와 만난 양파(사진)는 "뮤지컬이라서 도전했다기보단 휘트니 휴스턴이어서 나선 게 100%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어릴 때부터 동경해왔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한 무대에서 부를 수 있다는 꿈같은 얘기에 유혹당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1억7000만장의 앨범 판매, 6개의 그래미상, 22개의 아메리칸뮤직어워드를 받은 휘트니 휴트턴은 명실상부한 팝 디바다. 1992년 개봉한 '보디가드'는 그녀의 화려한 전성기에 만들어진 영화.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등 영화 삽입곡은 20주 동안 빌보드차트 1위를 차지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 받았던 오디션 곡이 휘트니 휴스턴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였을 정도로 그녀같은 가수가 되기를 꿈꿨다. 이 노래를 따라부르고 언젠가는 무대에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던 시절을 떠오르게 해줬다"고 털어놨다.

사실 20년간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왔지만 데뷔 초 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활동이 많지 않았다. 6~7년의 짧지 않은 공백기도 몇 차례 있었다. "소속사 분쟁이나 소송 등 '공중전'까지 겪었다고 할 정도로 음악 활동에서 굴곡이 많았다. 그런 면에서 '보디가드'는 나를 초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혼자만의 의미부여가 있었다. 어떤 현실적인 일들 말고 아무것도 모를 때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즐기던, 가수의 꿈을 키우던 중학생 이은진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다시 기억하게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단단히 결심하고 뮤지컬에 도전했지만 그 과정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마치 군대에 입소한 것 같았다"며 크게 웃은 양파는 체력의 한계를 절감했다고 했다. "춤을 배운 적이 없어 어설프고 연기가 처음이라 연습 초반 2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아침 일찍 체력 단련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연기와 춤 연습에 매달렸다. 이 공연은 레이첼의 춤과 연기, 노래가 끊임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뮤지컬 제의가 많았는데 제가 잘 모르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계속 고사해왔는데 가장 센 놈을 만난 것 같다. 여주인공 혼자 극을 이끌기 때문에 같이 하는 배우들도 '어떻게 이걸로 신고식을 치르냐'고 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웃었다.

혼자 노래하고 곡을 만드는 음반 작업과 달리 30여명의 배우에 스태프까지 120명이 넘는 인원이 투입되는 뮤지컬은 서로의 동선이나 합이 중요하다. "서로 배려하고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들이 달라서 마치 군대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조용한 성격인데 여주인공 레이첼처럼 '더 화내라' '독해져라' 그런 주문을 많이 받아선지 두 달 사이 강한 캐릭터로 거듭난 것 같다"고도 했다.

고된 연습 기간이 끝나고 공연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셀렘 반 어색함 반'이라고도 했다. "뿌듯하다 그런 느낌은 아니고 이제 첫 단추를 뀄구나 그런 설레고 어색한 마음이다. 그리고 열심히 훈련받은 결과를 보여주는 자리이고, 뮤지컬 데뷔 무대이기도 하니까 모험과 도전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꿈은 앞으로 공백기 없이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다. 양파는 "여성 가수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변화에 따라 음악 생활을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도 많다. 그러나 60세가 넘어서도 계속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앞으로는 공백기 없이 꾸준히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