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허설희 기자] 가수 양파는 1997년 데뷔 때부터 주목 받은 스타다. 어린 나이에 깊은 감성을 노래해 인기를 모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 사랑 받았다.
처음부터 잘 했기 때문일까. 그녀의 실력을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다. ‘원래 잘 하니까’라는 인식이 그녀를 항상 따라 다녔다. 그러나 데뷔 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도전한 뮤지컬은 달랐다. 그녀를 다시 시험대로 올렸다.
양파가 출연중인 뮤지컬 ‘보디가드’는 90년대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보디가드’를 원작으로 한 작품. 스토커의 위협을 받고 받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와 그녀의 보디가드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극중 양파는 당대 최고의 여가수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아 휘트니 휴스턴이 부른 명곡을 소화하고 있다.
양파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영화 ‘보디가드’가 나왔을 때 ‘나도 저렇게 노래하고 싶다’, ‘저런 가수가 되고싶다’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게 한 사람이 휘트니 휴스턴”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연기, 춤 등을 해본적도 없고 체력도 저질이라 뮤지컬을 고사해 왔어요. 근데 ‘보디가드’는 내가 좋아했던 노래들을 무대에서 정말 멋있게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또 어디 있을까 싶어서 하게 됐죠. 그래도 어릴 때부터 보던 꼬마 양파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지 좋게 반응해주시는 것 같아요. 엄청 강도 높게 훈련 받고 무대에 올린 상황에서 깨달은 점, 느낀 점들이 많아요.”
양파는 뮤지컬에 대해 “180도 다른 세계”라고 표현했다. 장르만 다를 뿐 노래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던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처음 뮤지컬을 경험하면서 체력의 중요성도 깨달았고 연기 공부, 춤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도 깨달았다.
양파는 “경주마들이 눈 양 옆을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지 않나.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라며 “자타공인 몸치라 춤 연습 때 어려운 점이 많았고 몸 자체도 방송과 달리 무대에서 보일 수 있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살도 찌우고 철인3종 경기처럼 운동도 엄청 했다. 연기 연습, 춤 연습, 노래 연습, 체력 관리 모든 걸 쏟아 부었다”고 밝혔다.
“계속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답답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쌓이고 우울하기도 한데 우울할 틈도 없이 연습했어요. 하면서도 ‘이렇게 한다고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사람이 무섭고 대단하다 싶었던 게 어쨌든 훈련을 하면 뭔가 되긴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정말 다 어려웠어요. 하지만 주변을 많이 관찰하면서 ‘보디가드’ 안의 레이첼 역할에 최대한 몰입했죠. 정말 연습을 마르고 닳도록 했어요. 걱정이 많이 됐는데 막상 하니까 그냥 몸에서 나오는 것들이 있어서 신기했죠.”
노래에 있어선 걱정 없다고 생각했지만 뮤지컬 무대는 역시 달랐다. 노래하면서 이후의 신, 대사, 동선 등을 모두 신경 써야 했다. “한 곳에 다 몰던 에너지를 세군데로 잘 안배해서 극 전체를 이끌고 끝까지 가야 한다”며 “이렇게 여자 주인공이 한 번도 쉬지 않고 하는 작품이 없다더라. 첫 신고식을 왜 이렇게 센 걸로 했냐는 소리도 들었다”고 말했다.
.
“뮤지컬배우들이 정말 존경스러워요. 이런 훈련을 받고 있는 게 감사하고 기쁘죠. 나이 들수록 누가 훈련시켜 주거나 관심 가져주지 않잖아요.(웃음) 사실 전 그냥 나왔는데 ‘잘 하잖아’ 하면서 아무도 안 가르쳐줬어요. 근데 여기선 음악, 무용, 연기 등을 다 가르쳐 주시니까 다시 학교 온 기분도 들고 오랜만에 리프레쉬가 되는 것 같아요.”
사실 19년차 가수가 다시 시험대에 올라 평가 받고 누군가의 지적을 받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양파는 “누가 지금까지 나한테 뭘 못해서 화내고 야단치고 그런 일은 특별히 없었는데 여기서는 면전에서 혼났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안무 선생님이 제 앞에서 기분 나쁜 제스처를 하기도 하고 제가 잘 못하니까 ‘넌 여기서 안 해도 돼. 네 건 패스’라고 하기도 했어요. 제가 워낙 몸치라 안무 시간에는 뭔가 늘 루저의 기분을 느끼면서 연습했죠. 그래서 너무 우울했고요. ‘진짜 못해먹겠다’ 하기도 했어요. 근데 맞춰지는 게 있더라고요. 대사 외우는 것도 초반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악몽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사실 잘 한다는 반응에도 의구심이 들어요. 계속 무대에 오르며 경험해야죠.”
“뮤지컬배우들이 정말 존경스럽다”고 말 할 만큼 양파는 뮤지컬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다. 마냥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하나의 극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며 힘을 얻고 있다. 그는 “난 가수 활동할 때도 늘 혼자였기 때문에 뮤지컬을 통해 단체 생활을 하면서 다시 배우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뮤지컬을 하면서 꽤 많은 생각을 하고 깨달음이 있다.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하다”며 “나이도 먹고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지 않을까 싶어서 하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얻는 게 많다”고 털어놨다.
[“가수 활동할 때는 늘 무대에서 예쁘고 싶어서 샐러드만 먹고 다이어트 하고, 그러다보니 노래하고 나면 완전 녹초가 되고 그러면서 방송을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 따위 중요하지 않아’를 배웠어요. 두 시간 동안 레이첼을 연기하는데 모두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춤과 노래, 연기에 신경쓰고 다른 동료들과 합을 맞춰 완성하는 게 중요하죠. 몰랐는데 무대 위에서 조명 받고 커튼콜 때 인사하고 박수 받고 이러는 걸 제가 좋아하고 있더라고요? 나라는 사람을 다시 보고 있어요.”
뮤지컬 ‘보디가드’. 공연시간 140분. 2017년 3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
허설희 기자 husullll@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