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을 맡은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보디가드’의 한 장면. 영화 OST와 휴스턴의 히트곡을 적절히 섞어 뮤지컬에서 노래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신시켜줬다. CJ E&M 제공
휘트니 휴스턴(1963∼2012)은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후반까지 머라이어 캐리와 함께 미국 팝의 양대 디바로 군림했다. 바비 브라운과의 불행했던 결혼 때문에 술과 약물에 빠진 뒤 세상을 뜨기까지의 모습은 팬들에겐 슬픈 기억으로 남았다.
1992년 그의 영화 데뷔작 ‘보디가드’는 전성기를 구가할 때 나온 것이다. 톱가수 레이첼과 경호원 프랭크의 사랑을 그린 이 영화는 휴스턴과 케빈 코스트너의 호흡이 맞지 않는다는 혹평속에서도 세계적으로 성공했다. 휴스턴이 부르는 노래들 덕분이었다. 당시 영화 OST는 전 세계에서 4500만장이 팔렸다.
2012년 동명영화를 바탕으로 영국에서 제작된 뮤지컬은 영화보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큰 얼개를 따르지만 드라마와 캐릭터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 주효했다. 우선 90년대 초반이던 배경을 현대로 바꿨고, 레이첼의 성격이 좀더 밝아졌다. 프랭크의 아버지는 나오지 않는 반면 레이첼을 질투하는 언니 니키는 영화보다 비중이 커졌다.
프랭크가 사이코패스로부터 레이첼을 구하는 장면의 임팩트가 다소 떨어지지만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비롯해 ‘아이 해브 낫씽’ ‘런 투 유’ 등 주옥같은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몰입된다. 또 콘서트 무대에서 연습실 집 클럽 녹음실 별장 시상식장 등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무대와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도 풍부하다.
영국 버전을 그대로 가져온 한국 버전의 경우 레이첼 역을 누가 맡을지 의견이 분분했었다. 압도적인 가창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함께 가수 양파·손승연이 캐스팅됐다.
18일 출연한 양파(37·본명 이은진)는 이번 작품이 뮤지컬 데뷔였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초반엔 움직임이 약간 경직돼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을 찾았다. 정평이 난 가창력은 물론이고 대사 전달력이 여느 뮤지컬 배우 못지않게 뛰어났다. 음색이 휴스턴과 비슷한 것이 관객을 더욱 몰입시켰다.
프랭크 역의 이종혁은 레이첼과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역할로 중심을 잘 잡았다. 사실 프랭크 역은 노래가 1곡 밖에 안 돼 남자 배우에게 매력적이지 않은 역할이지만 작품에서 무게감은 크다. 뮤지컬 무대에 종종 서온 이종혁으로서는 노래 실력을 숨겨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외에 니키 역의 최현선, 사이코패스 역의 이율 등 조연들도 안정적으로 극을 뒷받침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