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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첫 방송된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양파가 데뷔 타이틀곡 '애송이의 사랑'을 열창하고 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양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사진제공=MBC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시즌3가 지난달 30일 마침내 첫 방송됐다.

'나가수'가 워낙 사랑 받았던 프로그램인 만큼 첫 회는 전국 시청률 6.0%(닐슨코리아 집계)이란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직전 주에 방송된 '띠동갑내기 과외하기' 시청률 2.9%보다 3.1%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된 SBS '정글의 법칙'의 15.7%에는 여전히 많이 뒤지고, KBS2 금요드라마 '스파이'(4.2%)보다는 가까스로 앞선 수치다.

이날 방송에서는 강제 하차한 엠씨더맥스의 이수를 제외한 나머지 6팀의 무대만 전파를 탔다. 첫 경합의 결과 1위는 시즌1에서 명예 졸업을 했던 박정현이 차지했으며, 2위는 비록 방송에서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통편집된 이수의 몫이었다. 이어 양파, 하동균, 소찬휘, 효린, 스윗소로우가 3위부터 7위까지 랭크됐다.

하지만 순위는 순위일 뿐이었다. 방송 뒤 네티즌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가수는 3위 양파였다. 그가 부른 '애송이의 사랑'이 전해준 감동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방송에서 공개한 7년 간의 공백기를 가져야 했던 사연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었다.
17세에 데뷔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양파는 이날 방송에서 "너무 어렸고 세상을 몰라 처세에 무능했다. 지난 7년여 간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컴백을 했는데 소속사가 공중분해 되는 일들이 계속 반복됐다. 혼자 고군분투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던 중에 ('나가수3' 측에서) 출연을 청해 줘 기쁜 마음으로 나왔다"고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사실 양파는 가수를 지망하는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신데렐라 같은 데뷔'를 한 대표적 사례였다.

지난 1996년 12월 데뷔 앨범 '양파(Yangpa)'를 발표한 양파는 고등학생의 어리고 평범한 외모와 달리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인 타이틀곡 '애송이의 사랑'으로 단숨에 최고 인기 가수의 자리에 올랐다. 이 앨범은 무려 82만장이 판매돼, 이소라 정규 1집(110만장 판매)에 이어 역대 솔로 여가수 앨범 판매 순위에서 2위로 기록돼 있다.

고교생 가수로 주목 받던 양파는 199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던 중 급성위경련으로 시험을 포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99년 미국 버클리 음악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다. 또 데뷔 앨범 이후 '괜찮아' '다알아요' '아디오' '알고싶어요'등 의 수 많은 히트곡을 남겼고, 가요계에 불어닥친 '양파 신드롬'은 2001년까지 식을 줄 몰랐다.

양파의 가수 인생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전 소속사 대표와 전속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터다. 2005년 1월 소송이 제기됐고, 이듬해 양파가 승소하기까지 연예계 활동은 전면 중단될 수 밖에 없었다.

약 6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양파는 지난 2007년 팬텀엔터테인먼트에서 정규 5집 '더 윈도우즈 오브 마이 소울(the windows of my soul)'을 발표해 '사랑..그게 뭔데'와 '그대를 알고'로 인기를 얻으며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소속사에 문제가 생기며 다시 방향을 잃게 됐다.

그리고 2009년 티아라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와 전속 계약을 했지만 그 역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한 채 2012년 다시 새 소속사 물색에 나서야 했다. 이후 지난해 3월 새 소속사에서 싱글 'l.o.v.e'를 발표했지만, 지금은 소속사 없이 개별적으로 활동 중이다.

'애송이의 사랑' 꺼내 든 양파, 기대반 우려반
'나가수' 시즌3 첫 경연에서 양파가 선택한 곡은 지난 1997년 발표됐던 자신의 데뷔곡 '애송이의 사랑'이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선 양파는 매우 긴장한 모습 그 자체였다. "너무 오랜 만에 무대에 서는 거라, 과할까봐 혹은 너무 소심해질까봐 걱정이다"며 불안해 했다.

하지만 양파는 극강의 감성으로 관객과 호흡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데뷔한지 19년이 흘렀지만 아련한 감성은 여전했고, 단단해진 가창력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감성을 배가했다. 과거를 추억하는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양파를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감동을 선물하며 관객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양파는 "홀가분하기보다 많이 아쉽고 슬프다. 너무 긴장이 돼 기절할 뻔했다"면서도 "진심이 담긴 노래였다. 꼴등이라도 괜찮다"고 무대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양파 무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양파 관련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식한 것은 물론 SNS에도 양파와 관련한 글이 쇄도할 정도로 높은 주목도를 보였다. 뜨거운 반응은 음원차트에도 즉각 반영돼 '애송이의 사랑'은 멜론, 엠넷, 벅스 등 10개 음원차트 순위권에 동시에 진입했다.

'다시 보기' 역시 양파가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1일 오후 2시 현재, 네이버 tv 캐스트의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양파가 조회수 72만5080건으로 정상을 기록 중이다. 2위는 효린(조회수 32만4765건)으로 양파와는 무려 40만건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나가수' 시즌3의 최대 수혜자는 양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양파는 '나가수' 출연이 결정된 이후 여러 소속사와 전속 계약을 위해 물밑 접촉을 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양파와 접촉했다고 알려진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라면 양파와 전속 계속을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양파라는 가수는 전속계약 법적 분쟁이 마무리된 지난 2006년부터 컴백 얘기가 나올때마다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실제로 컴백해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인기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다시 공백기가 생겼다는 점은 새 출발을 노리는 양파에겐 약점이 될 수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양파는 좋은 가수인 동시에 자기만의 색이 명확하다. 그래서 어느 기획사에서 누구와 호흡을 맞추느냐가 중요하다"며 "'나가수'로 다시 주목 받은 이 시점에서 양파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 진 이유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