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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파(본명 이은진·32)가 달라졌다. 4년 만에 미니음반 ‘엘레지 누보(Elegy Nouveau)’를 최근 내놓은 그는 ‘뽕끼’ 선율 가득한 수록곡을 넣은 것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웃었다. 예전 같으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다.

MBC ‘우리들의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나가수) 출연에 긍정적 의사를 보인 것도 그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가 오랜만에 대중과 조우하면서 가장 앞세운 단어는 ‘와이낫(Why not?)’이다.

“20대에 제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지러운 삶을 살았어요. 지금은 음악적 방향이나 정체성에 대해 재정리하고 세컨드 라운드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젠 어떤 노래를 불러도 ‘멋있지 않다’, ‘촌스럽다’ 식의 어린 생각에서 많이 벗어난 편이에요. 그래서 음악을 대할 때 어깨에 갑옷 걸치고 제가 가야 할 길을 주장하는 각 잡힌 생각 말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가보자고 한 거예요.”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았지만, 그간 발매된 정규 음반이 고작 5개, 그것도 모두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쳐야 할 20대에 내놓은 초라한 성적이었다.

2001년 4집 이후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6년을 보내고, 새 소속사로 옮긴 뒤엔 경영 악화로 다시 4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그다.

허투루 보낸 세월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자신을 무장했다. ‘뽕끼’ 선율이라면 마냥 거부하던 그는 이제 적극적인 수용자로 변했다. 그래서인지 새 음반의 대부분 곡들에서 간절한 울부짖음이나 테크닉으로 무장한 화려한 가창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동요처럼 맑고 곱거나, 트로트의 애절함이 뒤섞인 선율이 자리를 꿰찼다. 친한 뮤지션들이 농담처럼 던지던 ‘심수봉을 잇는 차세대 주자’라는 듣기 싫었던 과거의 칭찬(?)도 이제는 하나도 거르지 않고 죄다 흡수하고 있다.

양파는 “이 음반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의 키워드인 ‘엘리지’(비가)를 하는 디바라고 선언한 첫 작품”이라며 “솔직히 더 대중적으로 못 만든 게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음악 생활 15년을 단숨에 달려온 그에게 지나온 소회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궁금하다고 했다. “백지영씨는 노래방에서도 자기 노래 부르면서 눈물을 흘린다고 들었는데, 그게 참 부러워요. 저도 제 노래 부르면서 눈물 한번 흘려봤으면 좋겠거든요. 또 장르는 또렷이 구분할 수는 없지만 저만이 할 수 있는 ‘양파 음악’을 구축해보고 싶어요.”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