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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호소력으로 음반시장 돌풍 양파… 6년 공백 무색

어디에서 호소력 짙은 뜨거운 목소리가 용솟음치는 것일까? 가수 양파(28·본명 이은진)의 가슴을 저며내는 듯한 특유한 창법은 대단한 중독성이 있다. 곡이 흐르는 3~5분 내내 긴장감을 확장시킨다. 6년만에 대중음악계에 복귀한 양파는 자신이 놓쳤던 시간만큼 더욱 성숙한 보컬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파조 감성을 절제있게 다듬은 ‘사랑… 그게 뭔데’를 비롯한 그의 주요 노래들은 한국적 정서에 딱 맞는 목소리다. 30~40대 이상 성인층들도 사로잡고 있다.

화려하게 컴백한 그는 5집 앨범 발매와 함께 온·오프라인 음반 판매 1위를 비롯, 각종 음악 전문사이트에서 음원 순위 1위를 점령했다. ‘2007년의 최고 가수’로 떠오른 양파가 8월부터 ‘그대를 알고’로 본격적인 후속곡 활동에 들어갔다. 1997년과 98년 어느 거리에서든 들을 수 있었던 빅히트곡 ‘애송이의 사랑’ 등 과거 양파가 불렀던 음색과 스타일이 연상되는 곡이다.

서울 청담동에 있는 펜텀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조용한 목소리지만 또렷하고 논리 정연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쳐보였다.

“90년대 초반부터 후반까지도 이승환 선배님을 비롯해 실험적이고 선구적인 뮤지션들이 많았지요. 그 시대는 우리나라가 막 개발도상국에서 도약했던 때였고 모든 실험과 도전에 너그러운 상황이었어요. 지금 시대는 다들 힘들어하고 살아가기에 지쳐있는 상황이잖아요.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때로는 위로해줄 수 있는 노래. 많이 따라부를 수 있고 즐겨찾을 수 있고 자주 들을 수 있는 친근한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컴백하기 전에 5집이 망하면 6집에는 일렉트로닉 등 실험음악을 비롯해 정말로 해보고 싶은 노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그 마음이 바뀌었다. 그는 “다음 앨범이 어떤 느낌일지 모르지만 대중적 코드를 더 가졌으면 가졌지 버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전 ‘애송이의 사랑’을 부를 때만 해도 미국 음악을 수입해서 한국식으로 만든 음악시장이 컸는데 이제는 팝스러운 느낌을 배제한 한국적인 발라드가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후속곡 ‘그대를 알고’는 가창으로 지르는 양파의 창법이 조금은 더 살아있는 노래”라고 소개했다.

1집 앨범의 경우 8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 인기를 기록했던 양파다. 하지만 그도 오랜 공백기를 깨고 음반을 내기 위해 스튜디오에 다시 섰을 때는 낯설어 한달동안 입을 못열었었다고 털어놨다. 양파가 작사 작곡한 노래 ‘메리 미(Marry me)’는 맑고 청아한 가성이 폭발력있는 가창력과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재즈 분위기의 이 곡은 음의 장단을 유려하게 장악하면서 독자적 표현세계가 있음을 과시한다”고 평했다. 많은 음악을 듣고 공부하는 양파의 창작 욕구는 어떤 식으로 분출될 것인지 궁금해졌다.

“8월말부터 별도의 작업실을 만들어 (곡 창작을) 시작할까 생각중이지요. 작업하다 보면 멜로디 등 곡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하나가 다가오는 것이 있어요. 곡이 완성되다 시피 멜로디가 끝까지 나오는 곡도 있지요. 떠오른 곡들 중 어떤 곡은 공기중에 있다 나에게 들어오는 느낌인데 굉장히 좋아요.” 앞으로 나올 앨범에서 양파의 자작곡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는 대목이다.

그는 “꿈을 꿀 수 있어야 예술가가 예술을 할 수 있는데 요즘은 음악시장 전체의 결핍상태가 심각하다. 작곡가들 중 몇몇 사람이 떡볶이 트럭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음반시장의 수익 배분이나 시스템이 정당하게 구축된 상황이 아니라고 봐요. 예컨대(휴대전화 벨소리 등을) 다운로드 받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작품을 만든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 다르게 수익의 80~90%가 아티스트와 제작자에게 돌아가게 돼 있어요. 수익의 대부분이 모바일 회사로 들어가요. 한국에서는 음악산업을 일으키고 있는 제작자와 기획자를 비롯해 많은 수의 음악종사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시장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은 당연히 변해야 하고 개선돼야 하지요.”

예진수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