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s

2007
yangpaholic 2007.07.01. 10:31

【서울=뉴시스】가수 양파(28)가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6년여의 공백 끝에 등장한 양파의 5집 앨범 ‘더 윈도스 오브 마이 솔(The Windows of My Soul)’은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앨범 타이틀곡 ‘사랑…그게 뭔데’ 역시 온라인 mp3 다운로드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상파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상을 차지했다. 곧 열릴 ‘빅4 콘서트’ R&B 부문에서 SG워너비, 씨야, FT아일랜드 등과 함께 ‘R&B 최고참’ 격으로 참가가 결정되기도 했다.

1997년 1집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했으니, 양파도 이제 경력 12년차의 중견급 뮤지션이다. 그 중 절반이 공백이었다. 그 전의 절반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시 관련 해프닝 스캔들을 겪기도 했고, 소속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대중의 뇌리에 박힌 양파의 이미지는 딱히 좋았다고 보긴 힘들다. 사고가 많이 일어난 연예인이며, 무엇보다 오랜 기간 잠적해 희미해진 연예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년이라는 긴 기간-한 아이들 그룹이 결성돼서 해체하기까지 걸린다는 평균 기간이다-동안 침묵 끝에 발표한 앨범이 대박을 냈다.

의외의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이런 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단 여성 뮤지션계부터 살펴보자.

먼저, 지난해 ‘사랑 안 해’의 대히트로 화려하게 복귀한 백지영이 있다. 역사상 백지영 만큼 어마어마한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여자 연예인이 없을 정도였지만, 수년간의 공백과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성공을 거뒀다. 올해 ‘빅4콘서트’ 힙합 부문에 선정, 참가하게 된 윤미래도 그렇다. 윤미래와 양파는 1997년 데뷔 동기다. 윤미래 역시 각종 스캔들로 이미지는 많이 손상된 상태였다.

이들의 ‘재기 성공’ 요인은 몇 가지로 나뉜다. 기본적으로, 실력파 뮤지션들이다. 그것도 ‘자연스런’ 실력파 뮤지션들이다. 근래의 신진 실력파 여성 뮤지션은 기묘한 일면을 보였다. 비주얼 중심 아이들 여가수들이 득세하다 보니, 그 반대급부로 비주얼성이 현격히 떨어지는 이들을 골라 ‘실력파’로 포장해 내놓았다.

실력파는 비주얼 면에서도 아이들과는 확실히 차별돼야 대중에게 명확히 인식되고, 다른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비주얼 시대에 파묻히기는 아이들 시장이나 아티스트 시장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양파, 백지영, 윤미래는 이런 극단적 양분법 마케팅이 도래하기 전 세대다. 비주얼성과 뮤지션 자질이 적절히 배합되어, 엔터테이너와 아티스트 양 쪽을 쉽게 오갈 수 있었다. 그런 자연스런 면모가 현재 여성 뮤지션 시장에는 필요했다.

한국 대중음악 전성기의 향수와 신선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양파의 ‘사랑…그게 뭔데’는 10년 전 ‘고전 발라드 창법’을 그대로 살리고 있다. 소몰이 창법으로 대변되는 근래의 R&B 스타일로 봤을 때 밍숭맹숭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유효했다는 지적이다.

백지영의 ‘사랑 안해’도 마찬가지이며, 윤미래 역시 팝적 성향이 강한 ‘빅뱅’ 류나 보다 과격하게 접근하는 언더 힙합 밴드의 중간 라인을 아슬아슬하게 지켜내고 있다. 테크닉 과다도 테크닉 포기도 아닌 ‘중간 지대’는 10년 전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세였다. 이는 음반 판매 대상층인 30대에게 향수를, 온라인 mp3 다운로드 대상층인 20대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을 수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인지도’의 문제다. 실제 음반-mp3 판매의 대상이 되는 20~30대 중에서, 양파, 백지영, 윤미래를 모르는 이는 많지 않다. 대중음악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도 그렇다. 이들이 그 정도로 ‘국민적 스타’였기 때문이 아니다. 10년 전, 1990년대 중후반은 아직까지 ‘스타’가 드물던 시대였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 한 명의 연예인을 스타로 만들기는 10년 전에 비해 극단적으로 어렵다. 일단 스타가 너무 많다. TV만 해도 공중파, 케이블, 인터넷으로 나뉘어졌다. 이런 다매체 환경 속에서, 급격히 늘어진 연예 콘텐츠는 수많은 연예인들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연예인들은 인터넷이라는 자가발전 시스템 속에서 각자의 작은 시장을 찾아 각기 흩어졌다.

‘국민적 스타’란 인터넷 시대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됐다. 모두가 가요 순위 프로그램, 몇 안 되는 오락 쇼를 지켜보던 10년 전만 해도, ‘TV 연예 프로그램에 등장하기만 하면’ 거의가 다 아는 스타가 될 수 있었다.

결국, 양파와 그 동기급 여자 연예인들은 시대를 잘 만난 셈이다. 지금 수십억원 홍보비를 들여야 겨우 얻어낼 수 있는 인지도를 이들은 그 당시 쉽게 얻어냈고, 다시 활동한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현재 잘 팔리는 스타들 이상으로 취급된다. 광대한 인지도 확보에 이런 홍보효과까지 곁들여지니, 주목을 받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새로 스타를 한 명 만드는 것보다 오래 된 스타를 부활시키는 것이 더 쉽다’는 얘기가 나올 법한 일이다.

한편, 이들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조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대중문화 시장을 움직이는 힘은 여성이다. 남성에게 대중문화 상품 구매 욕구는 떨어진 지 오래다. 여성이 일으킨 것이 R&B 그룹 대박이고, 뮤지컬 공연 대박이다. 그리고 여성은 동성 연예인에 있어 20대 중후반~30대 중반 연배를 선호한다.

동성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감성은 ‘동경 심리’에 근거한다. 10~20대 초중반 연예인이 동경 심리를 자아내기는 힘들다. 또한, 대중문화 상품의 실질적 구매층이 20대 중반~30대 중반 사이의 직장여성들임을 감안해 볼 때, 동년배 이하의 동성 연예인을 선호하는 경향은 확실히 적음을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캔들은 그다지 부정적인 것이 아니다. 대중심리에 직격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사건들만 아니면 그렇다. 계급갈등 야기, 특권 행사 등이 그 예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스캔들은 오히려 연예인의 인지도에 도움을 준다. 단순히 개인 자체와 콘텐츠만으로는 오래 기억되기 힘들다. 추억에 묻혀버리면 끝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사생활 관련 스쿠프로 오래 기억된다. 공인의 숙명과도 같다. 사생활 관련 스쿠프는 대중에게 보다 살갑게 와닿고, 실제 생활에 직접 인용되는 사례로서 오래 남기에 생명력이 길다. 물론 스캔들 발발 이후, 어느 정도 공백을 둘 필요는 있다. 스캔들도 경력의 일종으로 ‘무르익는다’. 오래 묵은 스캔들은 타격은 줄고, 존재감은 늘린다.

남성 뮤지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승철, 김종국 등, 지난 수년 간 재기에 성공한 남성 뮤지션들은 대개 위 여성 ‘중견’ 뮤지션들과 흡사한 경로를 거쳤다. 스타가 아직 희소가치 있던 시기에 등장해 인지도를 넓혔으며, 고전적 창법과 음악 스타일을 구사해 실제 상품 구매층의 향수와 예비 구매층의 호기심을 샀다. 오직 스캔들 관련 이슈만 다른 부분이다. 남성 연예인은 스캔들 대신, 나이 지긋한 베테랑으로서의 여유와 친근감으로 승부한다. 성 편견상, 남성 연예인의 스캔들은 여성의 그것 만큼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옛 스타의 부활은 반가운 일이다. 트렌드로서 재빨리 소비되고 버려지는 현재 대중문화 시장 풍토에 ‘돌아오는’ 이들도 있다는 사실은 신선하다. 문제는, 이런 유행이 현재 대중문화 트렌드에 대한 ‘염증’에서 나왔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중문화 트렌드는 쳇바퀴를 돌아야 한다. 현재 트렌드가 염증이라면, ‘옛 것’에 대한 환호도 결국 고착화되고, 썩어버리고 만다. 그리로 다시 돌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 것’이 썩어서 얻어진 ‘옛 것’의 가치는 짧다. ‘옛 스타’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새 스타’의 탄생을 고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fletch@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