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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의 컴백 성공…신곡 ‘사랑… 그게 뭔데’ 온라인 인기차트 정상에

컴백은 그 자체로 파괴력을 지닌다. 대중문화의 으뜸 마케팅 요소 중 하나가 오랜만에 다시 보는 반가움이다. 1년 만에 돌아와도 컴백이라고 하는 판에 양파는 자그마치 6년이 흘러 신보를 내놓았으니 ‘진짜’ 컴백이다. 그의 신곡 ‘사랑… 그게 뭔데’는 발매 당일에 온라인 인기차트 정상에 오를 만큼 뜨거운 팬들의 반응을 얻어 일각에선 벌써부터 ‘올해의 컴백’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수가 2~3년만 공백을 가져도 잊히는 ‘급속 망각’의 가요계 흐름을 감안하면 이례적 분전이다. 양파의 성공을 놓고 ‘가요계 활성화의 계기가 될까’라는 거창한 진단마저 등장했다. 여고생이던 1997년에 데뷔한 양파는 ‘애송이의 사랑’ ‘아디오’ ‘스페셜 나이트’ 등 연속해서 굵직한 히트곡을 내면 당대 어린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성인이 된 팬들이 꽤나 세월이 흘렀어도 그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은 활동 당시 나름의 강한 자취를 새겼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진정한 성공의 이유는 반가움이라기보다는 이미 오래전에 획득한 ‘가창력의 가수’라는 타이틀에 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호소력 있는 창법과 안정된 음색으로 R&B에 기초한 애절한 기조의 발라드를 불렀다. 신보는 그러한 역량이 깊이를 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섹시 접근법을 구사하는 여가수들의 아킬레스건인 ‘앵앵거리는 소리’가 없다. 노래 잘하는 가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요계에 양파의 등장은 희소식이다.

음악을 잘하려는 욕구로 미국에 날아가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하기도 한 그의 노래 솜씨가 진화했음은 신보의 첫 곡 ‘Marry me’에서 뚜렷이 발견된다. 재즈 분위기가 감도는 이 곡에서 양파는 음의 장단을 유려하게 장악하면서 독자적 표현세계가 있음을 과시한다. 양파의 전형적 발라드인 ‘사랑… 그게 뭔데’에서도 보컬의 성숙함을 확인할 수 있다. 가창력은 부단한 노력과 관록이 요구된다는 것을 다시금 일러준다.

문제는 양파의 표현영역이 그가 부재한 사이에 ‘발라드의 여왕’ 자리를 꿰찬 이수영을 통해 팬들에게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인기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선도(鮮度)가 높아야 하는데, 그의 애절한 발라드를 팬들은 이수영 노래로 충분히 경험한 터라 다소 우려가 된다. ‘나 때문에’나 ‘러브 레터’ 등 많은 곡이 누구 것인지 모르고 들으면 이수영 노래로 착각할 수도 있다. 6년을 쉰 마당에 좀더 변화를 주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과감하게 치고 나가지 못한 것은 양파 스타일을 기억하는 고정 팬들에 대한 배려일 테고, 그것은 곧 성공에 대한 부담을 의미한다. 공백기 동안 가요계의 모양새와 생리도 크게 바뀌었다. 가슴이 패인 대담한 의상 차림의 재킷은 섹시 컨셉트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양파는 노래 잘하고 섹시한 ‘아이비’를 라이벌로 지목하고 있다.

잘 나가는 작곡가 군단인 박근태, 김근태, 황성제 등의 곡으로 꾸민 것도 안전하게 가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 현실을 무시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소속사 문제로 그는 음반을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처지였다. 얼마나 노래하고 싶었는지 그 갈증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자제력이 곳곳에 드러난다. 대중가수 음반으로는 충분하다. 분명 반갑다. 그런데도 조금 머뭇거리게 되는 것은 양파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탓일까.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