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컴백한 양파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음반 발매와 동시에 실시간 음반차트(한터차트) 1위, 발매 첫주 주간차트 1위, 각종 온라인 음악사이트 선두. 양파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발라드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귀환한 양파를 만나러 24일 오후, 굵은 빗방울을 헤치고 서울 등촌동 한 음악프로그램 방송 현장을 찾았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양파는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난 짧은 치마를 입어도 여성스럽지 않죠?”라며 조신하게 테이블에 앉는다.
양파는 컴백무대였던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방송 후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체감했다. 방송 이후 며칠간 시청소감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시청자게시판을 무려 26페이지나 차지했다. 이는 프로그램 사상 최고의 수치.
양파는 시청자들의 소감내용이 단순히 ‘좋았다’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만에 글을 남긴다’ ‘방송소감 남기려 귀찮은 회원가입을 했다’ ‘노래만 알았는데, 방송 보고 팬이 됐다’ ‘내 나이 40에 참으로 감동스런 노래를 들었다’ 등 진심어린 글들에 감동을 받아 눈물을 여러 번 쏟아냈다고 했다. 양파는 정작 자신의 첫 방송 소감을 묻자 “좀 어색하더라. 말을 좀 못했던 것 같지만 그래도 대체로 좋았다”고 자평했다.
특히 다음텔존을 통해 접한 네티즌의 질문이, 웬만한 팬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 놀랍다며 회심의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열기를 보면, 1997년 데뷔하던 해 음반판매량 82만 장을 팔아치우며 ‘양파 신드롬’을 일으켰던 당시의 인기가 재현될 조짐이다. 양파는 데뷔 당시 여고생 가수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두 갈래로 묶어 내린 머리스타일은 유행이 됐고, 핑클 등 많은 가수들이 비슷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또한 당시 ‘양파 수첩’ 등 캐릭터상품까지 등장해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양파는 양파 신드롬 재현에 대해 “아직 섣부른 기대”라며 조심스럽다.
“아직 결과가 좋다, 나쁘다 말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이제 활동시작한 지 일주일 밖에 안돼 판단하기 일러요.”
양파는 인터뷰에 동석한 매니저로부터 ‘아직도 1위’라는 말을 듣고도 미소 짓기보다는 진지한 얼굴로 “기쁘다. 이렇게 크게 환영해줄지 몰랐다. 나도 좀 옛날 가수로 한두 달 활동해야 반응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엔 반응을 너무 빨리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담담해 한다.
‘지난 6년간 삼켰던 눈물이 보상받는 것 같으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런 생각 안든다”면서 “활동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생각을 하겠나. 아직 시작일 뿐이다. 갈 길이 멀고 속단할 수도 없다. 전혀 그런 생각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반이 얼마나 팔렸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더니 “말 못하겠다. 말하고 나면 하나님이 그렇게 안 해주실 것 같다”며 연신 조심스럽다. 그러나 “나는 그간 홀수 앨범이 잘 나갔다”며 5집에 대한 기대를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양파는 1집을 84만장, 2집은 1집의 절반가량 판매됐지만, 3집은 다시 67만 장으로 대박을 쳤다.
오랜만의 컴백이라 방송활동이 낯설지 않을까. 양파는 '그간 방송환경이 많이 바뀌지 않았더냐'는 질문에 “대체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양파는 “음반시장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하지만 음악 색깔이 다양해져, 다양한 장르가 많이 나온다. 언더와 메이저의 구분도 많이 없어진 것 같고. 방송 음향도 더 좋아졌다”고 했다. 또한 “요즘 신인들은 만능이다.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하고. 잘 트레이닝 받아서 데뷔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컴백해서 만난 반가운 가수로는 이적과 윤미래를 꼽았다. 윤미래와는 서로 ‘살 빠졌다’며 수다를 떤다고.
양파는 아시아를 강타한 ‘한류 열풍’에도 관심을 보였다. 양파는 모든 가수들이 그렇듯, 자신도 외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면서 일본 시장에 특히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우선 양파는 한국에서 잘되고 싶다고 했다.
예뻐지고 성숙한 외모로 인해 연기자 제안도 있을 법했지만 양파는 “내게 연기는 어려운 일이다. 내가 연기하는 것보다 영상을 만드는 일이 더 매력 있다”며 연기보다 연출에 관심을 더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