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속사와 계약 분쟁으로 공백기 길어져
타이틀곡 '사랑…그게 뭔데'로 6년 만에 컴백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당연하게 여긴 걸 갑자기 할 수 없을 때 기분 아세요?"
6년 만에 새 음반인 5집 '더 윈도스 오브 마이 솔(The Windows of My Soul)'을 발표한 양파(본명 이은진ㆍ28)의 응어리진 한(恨)은 이 말 끝에 봇물처럼 터졌다.
"매일 참 많이 울었어요" "가수를 그만두려 했죠" "오래 쉬어서 라이브가 부담돼 불안해요" 등 한마디 한마디에 공백의 무게가 느껴졌다.
1997년 여고생(중경고등학교) 가수로 등장, 1집 '애송이의 사랑'을 80만 장 이상 팔아치우며 나이답지 않은 가창력으로 주목받은 양파. 2001년 4집 이후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문제로 소송을 진행,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마침내 지난해 소송은 마무리됐고, 이 과정에 여러 음반기획사와 계약 문제를 논의했지만 번번이 성사되진 못했다. 2001년 1월 팬텀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그는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녹음해 그토록 원하던 음반을 세상에 내놓았다.
"어느 날 일기장을 뒤적이는데 5집 수록곡 목록과 콘셉트가 적힌 일기장이 5개나 되더라고요. 아마도 그때마다 '계약이 될 테니까'란 생각에 나름대로 구상을 했나봐요. 후훗. 우습죠."
양파는 혼자서 삭힌 시간만큼 훌쩍 커 있었다. 통통한 볼이 사라지고 덧니도 가지런해졌다. 더 이상 앳된 소녀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제 옛날 기사를 찾아보니 너무 자신감에 차 있더라고요. 하늘의 별도 따오겠던데요? 그 동안 받았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새삼 고마움을 느꼈죠. 그땐 당연한 거라 생각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충분히 느끼지 못했어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그는 한동안 주위 사람들도 믿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가수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마이크를 놓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이 타인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게 자존심 상해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번 음반을 내기 전 양파란 이름을 바꾸려는 시도도 했다. '양파'는 신인 때는 널리 알리기 쉬운 이름이지만 아이돌 이미지가 있는 데다 먼 훗날 나이가 들 때를 고려해 본명에서 따온 '이은'을 쓸까 고민했다.
"골수 팬들의 반발도 있었고 제 음악을 듣고 자란 이들의 향수를 없애고 싶지 않았어요. 굴레이자 업이라고 결론내렸죠."
작곡가 김도훈이 프로듀싱한 5집은 선곡에만 1년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는 소리. 자신의 음악 스타일과 소속사의 의견을 절충하는 데 걸린 기간이기도 하다. 성시경의 히트곡 '거리에서'도 양파를 거쳐간 곡. 전곡의 타이틀화를 내걸어 '진짜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데 고심이 컸다.
김도훈의 '그대를 알고'와 치열한 경쟁과 분분한 모니터링 끝에 결정된 타이틀곡은 박근태의 '사랑…그게 뭔데'. 이밖에도 이승환, 황성제, 김진환, PJ 등 유명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번 음반에서 칭찬할 점은 노래마다 모두 창법을 달리해 소화했다는 점. 김도훈이 작곡한 '나 때문에'에서는 호소력 짙은 음색, 양파가 작곡한 '메리 미(Marry me)'에선 맑고 청아한 간드러지는 가성이 귓전을 간지럽힌다. 크로스오버 느낌의 왈츠곡 '그녀를 버려요' 때는 강약을 조절한 음색으로 비트를 줬다.
양파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버클리음대 2학년을 다니다 휴학 중이다. 그는 미국 유학시절이 가장 행복했다고 회고한다.
"지금 생각하면 보스턴 생활이 제 인생의 황금기였던 것 같아요. 지금껏 혼자서 배를 몰고 가는 선장 같은 느낌이었죠. 어린 나이에 가수가 된 뒤 주위 어른들의 의도와 포장에 휘둘린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젠 자기 세계가 독특한 후배에게 '너네 그렇게 살면 밥 못 벌어 먹는다'고 얘기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습니다(웃음)."
하지만 오래 쉰 만큼 라이브를 소화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야 하는 가요계의 비뚤어진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예전에 제가 대입 시험 날 급성맹장염과 장유착, 위경련으로 시험 못 본 것 아시죠? 고교 시절엔 1등을 못하면 구토를 한 적도 있어요. 그만큼 제 일에 대해선 예민한 편이죠. 솔직히 걱정되는데 요즘 마인드 컨트롤을 해요. 지금 어떤 줄 아세요? '만약 내 얼굴이 예쁘다면 자신 있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텐데'란 생각을 할 정도로 변했죠. 보기보다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거든요. 하하."
양파는 최근 같은 소속사인 박경림의 결혼 소식에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제 꿈이 뭔 줄 아세요? 현모양처가 되는 거예요. 결혼은 무조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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