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가수 양파가 '멋지게' 돌아왔다.
미니앨범 타이틀곡 '아파 아이야'의 음원 성적이나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성이 깃든 음악에 대한 평가 등 여러모로 양파의 컴백은 성공적이다. 양파라는 이름이 낯선 10대들에게 '90년대 아이유'라는 별명을 얻고, 기존 음악팬들에게 '듣는 음악'의 반가움을 선사하고 있는 가수 양파를 만났다.
◆"화려했던 10대, 그리고 시련의 20대"
올해로 데뷔 15년차.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요계에 첫발을 내딛은 양파는 데뷔 앨범을 80만장 이상 팔아치우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당시 나이답지 않은 애절한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의 그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는 컸다.
화려한 등장으로 주목받았던 10대 시절과 달리 20대는 시련의 시간이었다. 2001년 전속계약 문제를 겪으며 6년의 공백이라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이후 소속사 문제로 4년의 공백기를 또 가져야 했다.
"데뷔 15년차이지만 제대로 활동한 시간은 4년여에 불과하다"는 양파의 말처럼 꽤 오랜 기간 정상적인 음악 활동을 하지 못했다.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한 시절도 있었다.
"6년 동안 고통 받을 때는 후회도 했죠. 남들은 한참 놀고 연애할 20대 초반이 저에게는 항상 밤이었어요. 어둡고, 갇혀있고, 외롭고 늪에 빠진 것 같았어요. 그런 20대를 보낸 게 다 가수를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는 앨범을 낼 때도 '이 앨범이 안 되면 다음 앨범은 없겠구나' 벼랑 끝에 선 심정이었어요."
그에 비하면 이번 앨범을 내기까지의 4년의 공백은 여유가 있었다. 양파는 "인이 박힌 것 같다. 훈련이 된 덕분인지 백수 생활을 잘 견뎌냈다. 4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지 못할 만큼 금방 갔다"고 웃었다.
'꾸준히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자'라고 마음을 먹으니, 조바심 보다는 한결 여유가 생겼다. 음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던 시간이기도 하다.
"'1등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은 없어요. 불안감이 있었다면 앞으로 해야할 음악들이나 음악 세계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죠. 대중성이나 인기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세대교체가 되어왔고, 그 세계 속에서 얼마나 오리지널티를 지키고 세대의 폭을 넓혀갈 수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제 작업도 꾸준히 열심히 했고요."
◆"노래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다"
양파의 새 앨범 타이틀은 '엘리지 누보'다. 양파는 "새로운 '뽕'이자 엘레지의 새로운 해석이다. 요즘 시대의 비가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양파의 음악적 정체성을 되짚는 동시에 앞으로 하고 싶은 음악들의 키워드이자 노선이다.
"양파라는 가수가 대중가요 안에서 기인하는 정체성 정립에 대해 고민했죠. 제가 가진 큰 장점이 목소리에 담긴 애절한 한국적인 '뽕끼'라고 하더라구요.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제 식대로 잘 풀어보자 했어요."
긴 공백만큼이나 음악에 대한 보폭도 넓어졌다. 양파는 이번 앨범에서 음반 기획부터 작사 작곡 등에 직접 참여했다. 자신의 음악 뿐만 아니라 티아라의 '왜 이러니'와 지나의 '블랙 앤드 화이트'의 가사를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에 접근했다.
"지난 앨범까지 방황기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정착을 한 것 같은 느낌이예요. 곡도 가사도 계속 발표하고 음악적인 시도도 해보고. 20대에는 많이 보고 많이 흡수해야 할 시기라면 30대는 창작을 하는 시기라고 해요. 그런 시기 속에서 아이돌 가사를 써보고 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제 작업에 도움이 됐어요. 현실의 감각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과정이었죠."
양파는 늘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가수다. 그러나 양파 본인은 정작 가창력에 대한 강박관념보다는 음악 창작 욕구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제가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고 평가를 받는 것에 부정적이예요.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기보다 목소리가 독특한, 매력있는 보컬이라고 생각해요. 누구처럼 노래를 미친 듯이 잘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어요. 오히려 새로운 곡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대중적인 가사를 잘 써야 한다는 고민이 많죠."
◆"히트곡의 힘 느껴…생명력 긴 노래 하고 싶다"
양파는 활동한 시기에 비하면 히트곡이 제법 많은 가수다. 양파의 데뷔곡 '애송이의 사랑', '아디오'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다. 양파는 여전히 "히트곡에 대한 욕심은 많다"고 털어놨다.
"히트곡이라고 하면 가수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큰 요소 같아요. 저는 모르는 80, 90년대 생들이 제 옛노래를 부르면 그 당시 내 모습이 어땠는지 생각이 나요. 듣는 사람들도 그 시절의 추억을 함께 느끼잖아요. 대중가수에게 있어 히트곡은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양파가 말하는 히트곡은 액면적인 순위에 연연하는 곡이 아니다. 요즘 가요계에서 '2주 천하'를 이루고 반짝 사라지는 곡이 아닌, 생명력이 긴 곡을 의미한다고.
"개인적으로는 수익이나 순위에 대해서는 관심 없어요. 이적의 '다행이다', 이은미의 '애인있어요' 김범수의 '보고 싶다'처럼 사람들이 꾸준히 좋아하는 노래요. 지금 가요계는 메가 히트곡이 양산될 수 없는 시스템 같고 그래서 악순환이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