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聯合) 李熙鎔기자= 여가수들의 전성시대는 다시 오고 있는가. 90년대 이후 남성 가수들이 철옹성을 구축해온 각종 인기가요 차트에 올 상반기 들어 속속 여가수들이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가요계 `아마조네스 군단'의 선봉은 여고생 가수 양파. 예명처럼 동그랗고 귀여운 외모에 빼어난 노래솜씨를 지닌 그는 리듬 앤드 블루스(R&B) 풍의 노래 `애송이의 사랑'으로 데뷔한 지 3주 만에 각종 가요차트 1위에 올라 가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것도 모자라 KBS TV 「가요 톱10」의 골든컵과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SBS 「생방송 인기가요 20」의 골든컵 등을 한꺼번에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양파가 방송계의 대표주자라면 이소라는 콘서트 현장과 음반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실질적인 주장. 95년 발표한 그녀의 데뷔앨범 「난 행복해」는 1백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으며 2집 「영화처럼」도 이에 맞먹는 성공을 거두었다. 콘서트장 매표소 주변에 암표상을 끌어모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 중 여자로는 이소라가 유일하다.
모던 록을 표방하고 있는 리아도 폭발적인 가창력과 화끈한 무대 매너로 콘서트마다 `초청 1순위'로 꼽히고 있으며 싱어송라이터 하니는 미국에서 유명 뮤지션들을 기용해 데뷔앨범을 제작, 얼굴이 알려지기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섹시한 율동으로 한몫보고 있다는 폄하를 받는 엄정화와 이예린은 상반기 내내 브라운관의 각종 쇼프로를 점령하고 있으며 탤런트 겸 가수 임상아와 신예가수 린다의 활약도 기대된다.
이밖에 중견의 대열에 들어선 이선희, 나미, 인순이, 이은하, 양수경, 김혜림, 박미경, 신효범등도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고 여성로커 도원경도 3년만에 다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솔로를 선언한 `룰라'의 멤버 김지현과 `영턱스'의 리더 김성은도 `여가수 바람'을 이어갈 `맹장'으로 꼽힌다.
또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댄스그룹에 속한 여성멤버들의 활약.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 댄스음악은 남성그룹이 주도해 왔고 일부 혼성그룹도 여성멤버는 `액세서리'에 그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삐삐밴드'의 前보컬 이윤정을 비롯, `주주클럽'의 주다인, `룰라'의 채리나, `쿨'의 유리, `자자'의 유영, `업타운'의 윤미래, `소호대'의 유영 등은 당당히 보컬의 역할을 해내면서 팀 인기의 버팀목 노릇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여성가수 돌풍은 예년과 달리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스타덤에 진입한 여성가수들의 수효가 많을 뿐 아니라 돌풍의 주역들이 용모와 율동이 아닌 가창력으로 무장한 가수들이라는 점 때문이다.
대부분의 가요계 관계자들은 "10대 여학생 위주의 음반시장에 남성 및 성인 구매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서 "이제야 가요계가 性比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반색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가요차트를 주도하고 있는 가수들이 20세 안팎의 어린 신인인데다가 벌써부터 아류들이 속속 쏟아져나오는 등 왜곡된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어 의외로 일찍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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